자연이 빚은 아름다움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여행이다. 푸른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다. 그러나 그저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곳 또한 오키나와다. 일본과 중국의 것이 뒤섞인 독특한 문화가 눈길을 사로잡고, 연중 내내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도 발길을 잡아당긴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선물하는 싱싱한 먹을거리들. 그렇다. 오키나와를 즐기는 세 가지 키워드. 위에서 다 말했다.
류큐… 고대 왕국을 느끼다
오키나와 여행은 여느 일본 여행과는 다르다. 그것은 단순히 아열대성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 옛 류큐 왕국 시절부터 내려오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나라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온전히 그 땅에 이어져오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슈리 성이다. 류큐 왕국 성립 이후 왕이 살던 곳.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나하의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외형만으로는 일본의 성이라기보다는 중국 쪽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정전을 가운데로 두고 북전과 남전이 ㄷ자 형태로 주변을 감싸며 중앙에 넓은 광장을 만드는 공간 구성은 자금성과 닮았다. 정전 중앙의 당파풍 장식은 일본의 것을 연상케 하나 그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양식이라고.
그 밖에 여러 건축학적인 특징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척 보면 안다. 층층이 쌓아올린 일본의 성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일까? 연방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들, 대부분 일본 본토인들이다. 저들이 봐도 이국적인가 보다.
일본 고등학생의 수학여행지로도 인기. 정작 외국인들에겐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나하 시내 전경과 멀리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더 매력적이다. 참으로 평화롭게 보인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놓쳐선 아까운 풍경.
왕이 아니라 서민의 삶이 궁금하다면 류큐무라에 들러보자. 우리나라의 민속촌 정도 되겠다. 복원된 옛 마을 어귀에서는 류큐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진행되는 집단무 에이샤가 일품이다. 물소가 끄는 사타(설탕) 수레에서 만들어진 설탕은 오키나와의 풍경만큼이나 달콤하다.
섬 남쪽의 오키나와월드 역시 류큐무라와 비슷한 테마파크. 류큐무라가 오키나와의 전통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키나와월드는 전통과 자연 등 오키나와의 다양한 특성들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서식하는 물뱀이 출연하는 쇼는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물론 다양한 전통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일정이 짧다면 두 군데를 다 들르는 것보다 그중 한 곳을 골라 가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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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시샤. |
바다… 에메랄드 물빛 동양의 하와이
산호섬 오키나와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에메랄드빛 바다다. 오죽하면 동양의 하와이라 불릴까.
크고 작은 150여 개의 섬 중 무려 100개가 넘는 섬이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낙원이 바로 여기다.
그런 오키나와의 바다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키나와 북부에 위치한 해양공원이다.
한자로 쓰여진 원래의 이름을 보면 해양박공원(海洋博公園)이라고 적혀있다. 우리에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조어. 바다에 관한 다양한(博) 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공원이라는 뜻인가 보다. 오키나와기념공원이라고도 했다.
오키나와를 방문하기 전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추라우미 수족관도 이곳에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패널 유리 수족관은 이곳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수조의 규모가 엄청나다. 깊이 10m, 길이 32m에, 너비가 27m나 된다. 그 큰 수족관을 구성하고 있는 유리창 또한 대단하다. 가로 길이가 22m, 높이가 8.2m 짜리가 한 판의 패널 유리창이다. 유리창 두께는 무려 60㎝나 된다고 한다.
그 속에는 오키나와 주변 수심 200m 깊이의 바다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특히 길이 5m가 넘는 고래상어가 한 번 쓰~윽 하고 지나갈라치면 아이들의 함성이 터져나온다. 아이들이란, 한국이나 일본이나, 오키나와나, 어딜 가나 똑같다.
수족관 속 바다 세계에 홀려 수족관 옆 돌고래극장에서 열리는 돌고래 쇼 관람을 빠뜨리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먼저 돌고래 쇼 시간을 확인한 후 수족관 구경을 하는 것이 좋다.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북서쪽 해변 부세나 곶에 위치한 부세나리조트가 적격. 오키나와에서는 연중 내내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에 즐기는 해양스포츠, 별미다.
굳이 리조트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윈드서핑 등 유경험자의 도움이 필요한 것에서부터 아쿠아바이크처럼 초심자라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인근 선착장에서는 바닥이 유리로 된 배를 타고 바닷속 체험도 할 수 있다.
먹을거리… 오키나와 소바 그리고 해산물
문화가 다르면 먹을거리도 다르다. 오키나와의 먹을거리가 여느 일본의 먹을거리와 다른 것 또한 당연한 이치.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키나와 소바다.
오키나와 소바는 일반적인 일본 소바와는 달리 메밀 대신 밀가루로 면을 만든다. 또한 삼겹살 등 육류를 더하고, 구수하면서도 걸쭉한 국물이 특징이다. 소바이면서도 라멘과 약간 닮았다.
나하 시내를 비롯해 오키나와 전역에서 오키나와 소바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기회라면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우후야에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후야는 오키나와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소바야(소바가게)다. 마치 고급 요정인 것 같은 아름다운 정원과 전원적인 목조 가옥을 통해 오키나와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소바 맛 역시 일품이다. 가격 또한 일반 소바가게와 비교해 100~200엔 비싼 정도.
오키나와는 또한 싱싱한 해산물의 천국이다.
새우 크기가 성인 팔뚝만 한 것이 보통이며, 고둥 역시 어지간한 장부의 주먹보다도 크다. 나하 시내의 공설시장엘 가면 갓 잡아올린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렸다.
여기저기 흥정을 하는 모습이 영판 부산의 자갈치시장 같다. 그런데 좌판 위의 생선들은 자갈치시장의 것보다 서너 배는 커 보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어찌 입맛이 돌지 않을까?
시장에서 흥정을 통해 산 생선, 해산물은 곧바로 시장 건물 2층 식당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그것 또한 자갈치시장과 유사하다.
부산의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하고 가면 쉽게 주머니가 열리지 않는다. 그만큼 오키나와 물가가 비싸다. 게다가 엔고 현상까지.
그러나 나하 시내 식당에서 먹는 것에 비하면 시장에서 직접 사서 먹는 것이 당연히 싸다. 일본어가 통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 숫자 정도를 말하는 영어로도 흥정은 쉽다. 게다가 가게 주인이 친절하게 2층 식당까지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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