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여행

계획에 따라 아침 5시 30분쯤에 조호산(招虎山)공원 북쪽에 먼저 도착하였다. 차를 주차하고 나한야(罗汉崖)방향으로 낙엽이 수북하게 떨어진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가끔은 야생 국화꽃잎도 볼 수 있었다. 두시간을 거쳐 도착한 곳은 태산 뒷면의 작은 골짜기였다. 이 산골짜기의 이름은 알수가 없으나 앞을 바라보면 산속의 단퐁림이 여기 저기 펼쳐있어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노을에 붉게 물든 호수마냥 가슴이 벅차오른다. 산의 기온은 낮으나 마음으로 단풍잎의 따사로움을 느끼는 순간 마음이 후더워 지고 얼굴도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아름다운 경치를 한껏 감상하였다. 하늘은 푸른 바다와도 같아 조용하고 맑았으며 떨기떨기 구름은 산간을 거닐고 있었다. 붉은빛 단풍잎은 가을이 멀리 떠났음을 말하고 있는것만 같았다. 지금 태산은 봄의 따사로움, 여름의 열렬함과 가을의 오만함을 볼 수 없었다. 겨울은 아무런 장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가을의 위치를 대체하였다.

11월의 겨울은 담담하여 어떤 주저함도 없으나 가을의 여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앞에 보이는 농갓집 정원에 있는 감나무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가지에 주렁주렁 감이 열린 모습이 마치 가을이 휘황했음을 뽐내는 것 같았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 야생 국화잎이 한잎한잎 내렸다. 이럴 때 만이 가을의 오만함을 거두고 소박한 겨울에게 자리를 대체한다. ....태산의 초겨울을 느끼는 순간 사람의 일생이 1년의 4계절과 같이 봄이 따사로움, 여름의 발랄함, 가을의 수확, 겨울의 귀숙과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