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중 선박여행 글짓기 대회] - 학생부문 (연대한인상공회 회장상 - 최우수, 이은지)

‘선박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을 설레이게 만드는 말이다. 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뭔가 모를 기대를 주는데, 더구나 선박을 이용하는 여행이라면 이러한 기대를 한층 높여주기 때문이다. 선박여행을 무대로 한 영화가 많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인가 보다.

초등학생 시절, 아빠와 함께 선박여행이 무대인 영화 타이타닉을 관람한 적이 있다. 영화 타이타닉은 영국 화이트스타사가 건조한 초호화여객선인 타이타닉호가 처녀항해에 나선 1912년 4월14일 오후 11시 40분, 대서양 뉴펀들랜드해역에서 떠돌던 빙산과 충돌하여 2시간40분여만에 침몰하는 바람에 승선자 2,208명 가운데 1,513명이 희생당한 사상최대의 해난사고를 미국의 20세기 폭스사가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노을지는 대서양을 갑판 맨 앞에서 남자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여자주인공인 케이트 윈슬렛이 두 팔을 벌린 채 항해하는 장면으로 초등학생시절에 이 영화를 처음 관람했을 때는 감동을 별로 받지 못했는데 중학생이 된후 다시 TV에서 시청했을 때는 ‘나도 언젠가 저런 사랑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 등 진한 감동을 받았었다.

나도 아빠와 함께 낭만적인 선박여행을 해본 적이 있다. 제작년 여름, 한국을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인천-옌타이를 운항하는 한중페리의 향설란호를 타봤었다. 선박여행이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마냥 신기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펼친 명연기를 흉내내볼 요량으로 노을이 질 무렵 아빠모르게 갑판에 올라갔지만 엄두가 안나 아쉽게도 포기하고 말았다.

선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는 왠지 내가 영화 속의 여자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들떠서인지 유난히 밥맛이 맛있었다. 더구나 무료로 얼마든지 빌려주는 만화방을 몇 차례나 들락날락거려 아빠에게 꾸중을 들었지만 공짜로 만화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면세점에 들러보니 공항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며 아빠는 이것저것 잔뜩 구입하고 매우 흡족해하셨다. ‘이제는 아빠도 엄마처럼 물건을 싸게 사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되셨나’ 라는 생각에 조금은 아빠가 측은해보이기도 했었다. 다음날 아침, 한껏 게으름을 피다 느즈막히 식사를 마치고 아빠와 함께 다시 갑판으로 올라갔다. 갈매기가 마중나온 듯 반기는 가운데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항해하는 것을 마냥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옌타이항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선박여행이 갖고있는 매력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실리면에서 항공편에 비해 우월한 점이 많다. 운임이 저렴하고 무료수화물도 후한 편이다. 선상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비용또한 저렴하고 절차도 간편하다. 안전면에서도 구명장비가 충분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행자체도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하다. 동승한 낯선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친구를 삼기에도 좋고 더구나 친한 벗과 함께 하면 우정을 쌓기에 좋은 것은 선박여행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선박여행의 묘미는 시간의 여유로움에 있다. 앞만 보며 1초가 아쉽게 사는 것이 현대인이다.

이러다보니 인생을 되돌아 볼 시간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선박여행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일단 배에 오르면 급할 것이 없고 급하게 움직일 이유도 없어 시간이 정지된 듯한 착각까지 들게되니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기에 그만이다.

한바탕 다툰 후 연락을 끊은 친구와 이제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하는 것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도 선박여행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다.

이렇듯 선박여행은 인간미를 되살리고 조급하게 살아온 습관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주는 여정을 보장해준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 내가 지구의 어느 모퉁이를 항해하고 있다는 방향감각과 존재감도 일깨워준다.

다시 말해 선박여행은 여행과 함께 나를 살찌게하는 삶의 지혜를 주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준다는 점에서 어느 것보다도 여행의 매력이 넘친다. 나를 위해서, 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위해서라도 이제 선박여행을 자주 해야겠다. 오는 여름방학에는 고향을 다녀오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멋지고 보람있는 선박여행을 친구들에게도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