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한중 선박여행 글짓기 대회 일반부 우수작 - 김미주

태반안의 고요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오직 하나의 진동만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품-팜 품-팜 품-팜

어머니의 심장 진동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그 리듬에 맞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태반에 가득 차 있는 양수가 몸의 무게를 空으로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영원의 세계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영원할 것 같은 세계는 10개월이 지나면 터져버리고 만다.

찰싹- 찰싹- 찰싹-

엉덩이 세 대를 맞으면 눈에는 빛이, 귀에는 소리가, 코와 입에는 공기가 들어온다. 그 순간 새로운 그 모든 것이 두려워 우리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한없이 편안하기만한 그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워 두려움이 몰려드는 그때 누군가는 우리에게 심장 울림을 들려준다. 그러면 잠시 안정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심장 울림은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버린다.

그때부터 우리는 태반안의 고요함을 무작정 그리워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움이 그리움이란 것을 깨닫지 못할 만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리움에 파묻히며 살아왔다.

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에 창문이 열린 것처럼 시원해지곤 한다. 그것은 그동안 그리움의 대상을 모르다가 바다 바람을 느끼는 순간 그 대상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의 신호로 우리의 입에서는 ‘와~’하고 소리를 내보낸다.

바다를 보면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맨 몸으로 들어갈 수 없다. 우리가 태반을 떠난 순간부터 더 이상 물 안에서 편안해질 수는 없다. 시간이 되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호흡도 물 안에서 완전할 수 없다.

하지만 바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참기에는 양수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도 간절하다. 어쩌면 우리의 애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옛날 누군가가 배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배에 몸을 실어 바다를 달려본다.

푸르릉=3 푸르릉=3

출발하려는 배에 한 발을 걸치고 그 발로 인해 잔잔히 느껴지는 물의 진동을 받아들인다.

바로 이 느낌이다!

다른 한 발도 배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내 몸은 내 힘으로 조절할 수가 없다. 나는 바다가 움직이는 대로 그 리듬에 맞게 걸음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주저앉고 만다. 리듬에 맞게 발을 옮겨야만 비로소 바다 품에 온전히 안길 수 있게 된다.

배에 누워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에 하늘의 구름이 흐르는 소리가 더해져 온 몸에 울려 퍼진다. 그러다 양수 안의 아이처럼 바다 깊숙이 빠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바다 속으로 깊이 빠져들면 태반 안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심장 울림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배를 바다 한 가운데 세우고 스킨스쿠버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첨-벙-/

머리를 숙여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세상의 빛도 굴곡이 되어 부드럽게 들어온다. 마음이 이상하다. 그 영원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다.

흡!흡!흡!

산소통의 산소를 코로만 빨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다. 갑자기 호흡이 빨라져 그 흐름을 놓쳐버렸다. 이대로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발버둥을 치며 물 위로 올라온다. 역시 태반 안의 편안함을 다시 맛보는 것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잠깐 느껴본 양수 안의 편안함이 내 몸에 너무 깊이 박혀버렸다.

다시 배 위로 올라온다. 배에 누워 나의 호흡과 바다의 출렁거림을 맞추어본다. 바다의 울림을 따라 내 몸을 흐르게 해 본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 짧은 시간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슬픔과 아픔을 몰랐던 때, 한없이 꿈만 꿀 수 있었던 때.

그 때가 그리워질 때면 배에 몸을 싣고 바다를 느껴보아라. 그리고 배에 누워 바다와 하나가 되어 보아라. 그러면 영원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고, 마음의 진정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무거워질 때,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들 때.

그 때도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하라. 그러면 태반 안의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나의 심장소리와 함께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장소리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