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개봉한 장국영과 공리 주연의 영화‘패왕별희’에서 나오는 경극은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극으로 독특한 분장과 화려한 머리 장식, 의상으로 한 사람의 지위, 성격, 인품 등을 잘 표현하는 무대극으로 북, 징, 꽹과리 등 악기들의 강렬한 반주소리와 배우들의 발성이 독특하다.
 
경극은 우리의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으며 중국인의 고유 정서를 보여주는 전통 문화 예술이다.

그 중 천극(川剧) 변검(变脸)은 수많은 경극 종류 중에서도 가장 신기하고 대표적인 종합 무대예술 중 하나로 고대 인류가 사나운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얼굴에 맹수가 보고 놀랄만한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장하기 시작한 것에서 기원을 찾고 있다.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변장하던 습관을 무대에서 춤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절묘한 변장 기술로 발전 변화하여 지금의 변검에 이르렀다고 한다.

변검은 중국 사천성에서만 계승되는 민간 예술로 베이징의 경극(京剧), 수저우 지역의 곤극(昆剧)과 더불어 중국 3대 전통 연극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천성 출신사람에게만 전승되었는데 엄격한 심사를 거친 극히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전해졌다고 한다.

변검을 세계적인 예술의 장르로 끌어 올린 왕다오정(王道正)은 연극 도중에 얼굴과 의상을 24번이나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연마했는데 중국정부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그를 당국의 허가 없이는 사천성을 마음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했다.

변검의 기법에는 "말검(抹脸)", "취검(吹脸)", "차검(扯脸)", "운기변검(运气变脸)"이 있다.

"말검"은 얼굴의 특정 부위에 분장용 분을 묻혀 놓았다가 필요할 때 손을 얼굴로 가져가 그것을 문질러 다른 색깔로 바꾸는 기법이다.

"취검"은 금분(金粉), 은분(银粉), 묵분(墨粉) 등과 같은 분말형 화장품을 사용하는데 무대 바닥 위에 아주 작은 상자를 준비해 둔 다음 그 안에 분말을 넣어둔다. 배우가 바닥에 엎드리는 춤 동작을 취하면서 얼굴을 상자에 대고 휙 불면 분말이 얼굴에 묻어 얼굴이 곧바로 다른 색으로 바뀌게 된다.

"차검"은 비교적 복잡한 변검 기법이다. 가면을 비단에 한 장 한 장 그린 다음 잘 잘라서 각 가면을 실로 연결하고 얼굴에 한 장씩 붙인다. 실은 손이 가기 쉬우면서도 사람들이 잘 알아볼 수 없도록 하고 필요할 때마다 춤 동작 등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다음 실을 잡아 당겨 한 장씩 떼어 내는 기법이다.

"운기변검"은 이미 고인이 된 사천극의 명배우 팽사홍(彭泗洪)이 공성계(空城计)의 제갈량(诸葛亮)을 연기할 때 기공을 운용하여 얼굴색을 변화시킨 기법을 말한다.

변검은 사천극 중의 하나로 그 기술이 현재 다른 유사 극종에서도 채용되거나 외국으로도 전파되었다.